1권)
나는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미 나와 생각이 같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말하는 것이다. —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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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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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는 프란세스카가 언니를 지켜보고 있다, 언니를 사랑한다고 한다, 언니를 자랑스러워한다면서 적당히 얼버무렸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해준다는 대화의 절대 원칙만 기억하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했어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당신을 보호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해줬죠.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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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터프츠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플라나리아를 대상으로 일종의 조련 실험을 벌였다. 먹이와 전기 충격이 공존하는 환경에 놓인 플라나리아는 열흘 만에 먹이가 있는 곳과 전기 충격을 당하는 곳의 위치를 구분해 기억하고 행동했다. 그러자 연구팀에서 환경에 적응한 플라나리아들을 꺼내 머리를 잘랐다. 2주 뒤 머리가 다시 자란 플라나리아를 같은 환경에 다시 노출시키자 놀랍게도 상과 벌이 있는 지점을 정확히 기억해 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지게 했다. 기쁨과 고통의 기억이 뇌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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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나는 철저한 자기 규율을 만들었어요. 운동선수들이 훈련하듯이 말이죠.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카페에서 글을 쓰고, 매년 4월 1일에 신간을 냈죠. 그런 리듬을 유지한 덕에 꾸준히 글을 써 매년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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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자신의 행복을 의지하는 사람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란다.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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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가는 없어. 우린 플로리스트 같은 사람들이야, 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 꽃 저 꽃 모아 멋진 꽃다발을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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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은 그들을 보며 권태야말로 떠돌이 영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 보면 지나간 일만 되씹게 돼 있지. 그러다 보면 당연히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보듬어 꾸미고 멋지게 부풀려 가공하는 게 중요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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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고 작은 모든 파동을 감지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어요. 우리 눈은 지극히 제한적인 빛 파동밖에 잡지 못해요. 가령 자외선이나 적외선은 잡을 수 없죠. 반면 고양이 같은 동물은 우리보다 두 배 많은 파동을 잡을 수 있어요. 소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초저주파나 초음파는 잡지 못하죠. 우리 인간들은 이렇듯 좁은 창문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면서도 우리의 지각 범위에 들어오는 것만이 중요한 파동들이라고 단정 짓고 있죠. 나는 파동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넓혀 준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는 새로운 감각들을 발견해야 해요. 짐 모리슨이 밴드의 이름을 도어스라고 짓는 데 영향을 미친 올더스 헉슬리의 표현처럼 〈인식의 문〉을 열어야 해요. 나는 우리에게 지금은 없는 무수한 정보를 미래에 어떻게 지각할 수 있는지 상상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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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거대한 흰색 동물이 그에게 말을 건다. 작고 동그란 눈에 분홍색 실타래 같은 아가미가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짐승에게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삶을 붙잡아라…… 꽉 붙잡아야 해…… 죽으면 안 돼. 지금 죽는 건 진짜 어리석은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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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 그건 대단한 오만이에요. 그러니까 당신들이 닿을 수 없는 세상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소꿉놀이하듯 사소한 정의를 구현하려는 짓은 이제 그만둬요. 인간은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맞부닥뜨려 봐야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질러 봐야 고칠 수 있는 거예요. 단시간에 변혁을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작은 변화와 성과를 소중히 여겨요. 진화는 덜컹거리고 요동치면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거니까. 당신들 위에 있는 상부를 믿어요.」
「체념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돌로레스가 반기를 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은 해야겠지만 절대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세계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데는 모종의 숨겨진 의도가 있으리라는 걸 기억하라는 말이에요. 실수 없이 앎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해요. 경험은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물처럼 쌓이는 거죠. 우리는 누구나 경험을 해봐야 해요. 그러고 나서 그 경험의 결과물을 확인해야 비로소 행동을 바꿔야겠다는 자각이 오죠. 그래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기독교에서 자주 들었던 논리와 비슷한듯.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니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돌로레스 편에서 동질감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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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언급하지만, 별 세 개나 준 이유는 내가 이 소재에 너무나도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죽음에 관한 새로운 상상을 하는 것에 충분히 도움이 되었기에 그런 부분만큼은 꽤 재밌었다. 그러나 기승전결을 따진다면 별 2개에서 2개 반 정도로 딱히 추천할 만한 소설은 아니다. 이유인 즉슨, 2권에서 요상한 장면들이 전개되다가 막장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용두사미인 소설. 읽고 싶다면 1권까지만 읽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이 장대한 추리소설을 어찌 마무리지어야할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미 있었던 요소로는 죽음 이후 세계관에 대한 묘사이다. "누가 날 죽였지?"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작부터 주인공이 죽는 소설. 그 주인공 가브리엘이 육체를 벗어나 영혼의 상태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죽음에 대한 내 상상력을 구체화시키기에 적격이었다. 게다가 무속을 신봉하는 나로서는 이미 알고 있던 요소들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폴터 가이스트 현상, 영혼이 존재하는 위치에 자기장이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 그 자기장으로 귀신이 사람의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강령술이나 접신을 하는 과정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후 독후소감은 줄줄 적어내려가다가 내용이 산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따로 생각 정리 카테고리에 포스팅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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