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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 : ⭐️⭐️⭐️⭐️

by 만결숭이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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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나무옆의자]


“민식아. 가족한테 사기 치는 거 아니다.” “엄마. 엄마는 왜 나를 못 믿어요? 아들이 정말 그럴 사람이야?” “역사 교사로 정년을 보낸 내가 한마디 하자면, 국가고 사람이고 다 지난 일을 가지고 평가받는 거란다. 네가 그동안 한 짓들을 떠올려봐라. 너는 너 자신을 믿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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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독고 씨와 ‘짜몽’이 가난한 부자父子처럼 삼각형 모양 아침을 먹는 걸 바라보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안도감과 용서, 낯선 흥분이 선숙 씨에게 생동감을 주고 있었다. 자신 역시 이 기묘한 소동극의 삼각형 한 변을 차지한 게 이상하게 재미있다고 느껴져서 삼각김밥을 까며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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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맨 뒷장에 개인정보와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고 ‘이 수첩을 습득하신 분은 꼭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사례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습득하신 ‘분’이라니…… 잠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게 되었다. 공중전화로 간 나는 파우치 속 동전지갑에서 꺼낸 동전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나이 든 여성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서둘러 서울역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게 사장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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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려는 걸 참는다. 소통 불가에 일방통행인 나를 아내는 받아줬다. 오랜 시간. 나는 아내가 내 말에 수긍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아내는 나를 견뎌주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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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과 그 관계들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삶에도 분명 있을법한 사람들. 출발점은 사랑하는 마음이었지만 어딘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멀어져버린다. 이 책에서 그걸 해결했던 방법은 모두 소통이었다. 관계가 너무 익숙해지면 잘못되어가는걸 눈치채기 힘들다. 자신이 진심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이 자신으로 하여금 상대의(혹은 스스로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지를 이 책의 주요 인물인 독고씨와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다. 이게 참 이론적으로는 해결하기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진솔한 대화를 시작하기조차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무거운 분위기 자체를 못 견디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여튼 이 책에서 독고씨는 많은 조언을 해주진 않는다. 단지 핵심이 담긴 위로를 공감과 함께 짧게 얘기한다. 그럼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깨달은 인물들이 호다닥 갈등중인 상대에게 달려가서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전한다. 짧은 몇 마디면 충분히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필요했던 위로가 되기도 함을 보여준다.

  늘 열려있는 편의점처럼 우린 다양한 삶과 필연적으로 관계를 주고받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불편함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목을 "불편한 편의점" 이라고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책을 읽고 바로 느꼈던 구체적이고 특정적인 어떤 생각들은 잊어먹었지만 하이라이트 친 걸 읽으며 다시 이 책을 떠올렸을때 드는 전체적인 감상을 써 보았다. 만약 누군가가 독서가 익숙하지 않아 어떤 책을 골라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정도로 술술 읽히는 소설이다. 한국 소설이기에 익숙하고 반가운 문장 표현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다.

 

밀린 책들 언제 다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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